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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쓴 편지

다섯 번째, 가을 편지

한, 정훈 2013. 10. 16. 16:42

그제 인터넷에서 일본의 유명한 소설가이자 평론가인 나쓰메 소세키의 하이쿠를 읽었습니다. 짧으니 전부 옮겨봅니다.


홍시여

이 사실을 잊지 말게

너도 젊었을 땐 떫었다는 걸


저는 오랫동안 순수함을 어떤 때도 묻지 않은 고상한 상태로 이해했습니다. 그런데 <힘내라 맑은 물>이라는 노래에 이런 가사가 있습니다. "흐린 물줄기 이따금 만나거든 피하지 말고 뒤엉켜 가거라" 더러운 물과 뒤엉키면서도 끝내 가야 할 길, 강으로 바다로 흘러가는 물살의 의지, 그 의지가 존엄하게 드러나는 순간이 순수와 더 가깝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자신의 길을 아는 사람은 복 있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자신에게 떫었던 지난날이 있었다는 걸 알면서도 움츠러들지 않고, 자신의 길을 걷는 사람은 복 있는 사람입니다. 이따금 흐린 물줄기 만난다 해도 약해지지 마시고 가야 할 길을 가시길 빕니다.


요 며칠 새벽 별이 유난히 밝더군요.

어두울 때 빛을 내는 강한 정신이 필요한 나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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