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겨운 가능성 :: 한, 정훈
하나님이 하셨다? 본문
이 기사도 읽어 보았고, 저 기사(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997360)도 읽어보았다. 이 기사는 세월호 폄하임을 주장하는 기사이고, 저 기사는 세월호 폄하가 아님을 주장하는 기사이다. 기사 내용을 다 읽지 않아도 둘 다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무얼 설명하려는지 이해한다. 누구든 직관적으로 알 수 있다. 그래도 조심하려는 마음에 또 궁금해서 명성교회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문제인 설교 영상을 봤다.
문제가 된 표현은 "하나님이 꽃다운 애들을 침몰시키면서, 국민들에게 기회를 주는 거에요." 이거다. 저 기사가 맥락을 따져보자고 말한 까닭은 맥락을 알면 문제가 될 표현은 아니라는 뜻일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왜 매번 기독교인은 이런 사건을 하나님이 하셨다고 말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참새 두 마리가 한 앗사리온에 팔리지 않느냐 그러나 너희 아버지께서 허락하지 아니하시면 그 하나도 땅에 떨어지지 아니하리라"(마 10: 29) 이(런) 말씀 때문인가? 왜 기독교인은 그토록 하나님을 변호하고 싶어 하면서 번번이 세상에 하나님의 폭력성을 드러내려는 것일까? 왜 기독교인은 세상 모든 일을 하나님이 하셨다고 이야기할까?
실제로 하나님이 이런 일을 하셨다면, 그게 진실이라면, 절대로 우리는 그 진실을 감당할 수 없다. "그런 신은 못 믿겠다" 말하기 전에 우리의 실력으로는 무엇인가 더 큰 것을 살리기 데 필요한 희생의 정도를 정하는 것과 그런 이성이 어떻게 폭력의 광기에 사로잡히지 않을 수 있는지 알 수 없다. 누구도 감당 못 할 진실은 비밀로 남아야 한다.
그런데 만약 성경을 잘못 읽는 것이라면, 그게 진실이라면, 반드시 우리는 그 진실을 감당해야 한다. 참새 한 마리도 하나님 허락 없이 떨어지지 않는다는 말은 생명에 대한 성실한 관심과 근본적인 관계성을 말하는 것이지, 하나님이 세상 모든 생명의 죽음을 일일이 결재한다는 말이 아니다.
더는 쓸 수가 없다. 어쨌든 이제는 제발 이런 표현은 쓰지 않았으면 좋겠다. 세상에는 우리 상식과 이성 그리고 마음의 크기로 담아낼 수 없는 슬픔과 고통, 죽음이 수두룩하다. 지금도 세상 어느 곳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 수 없다.
그 무겁고 어두운 절망으로 왜 자꾸 하나님을 가리키는가? 왜 질문하지 못하고, 고민하지 못하는가? 어째서 답을 알고 그토록 빨리 결론에 도달하는가? 왜 우리나라가 잘 될 거로 생각하는가? 어째서 하나님이 우리나라를 사랑한다고 생각하는가? 기독교인이 많아서? 정말 기독교인이 많은가 우리나라에? 정말?
'종교적인 너무도 종교적인'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망했다 나는 (0) | 2014.06.05 |
---|---|
사람 (0) | 2014.05.30 |
같은 슬픔 _ 노란 리본 이야기 (0) | 2014.04.25 |
저주 (0) | 2014.04.20 |
술렁임에 관하여 (0) | 2014.03.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