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겨운 가능성 :: 한, 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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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면서

한, 정훈 2012. 9. 20. 23:11

창신교회는 제게 요람(搖籃)과도 같습니다. 다른 품에는 안겨본 적이 없고, 다른 젖은 물어본 적이 없고, 오롯이 여기서만 오롯한 부모님의 사랑을 받았습니다. 제 집에 대고 이러쿵저러쿵 말들이 많지만, 품위 없는 한 인격을 흡족히 받아준 것은 물론이고, 밤낮없이 보채는 갓난애가 평화와 만족을 찾도록 품을 내어준 곳은 창신교회 밖에 없습니다.

창신교회는 제게 연인(戀人)과도 같습니다. 사랑하면 닮는다는 말도 있고, 예뻐진다는 말도 있는데, 엉성하게나마 정인(情人)과 닮은 모습을 제 안에서 발견할 때가 있습니다. 제 사랑에 대고 이러쿵저러쿵 말들이 많지만 온갖 고빗사위마다 함께 해준 것은 물론이고, 하나님을 속 깊게 경배하도록 자기를 내어준 이는 창신교회 밖에 없습니다.

창신교회는 제게 회초리와도 같습니다. 피해 넘기면 아픔이야 없지만은 몸에 좋은 약이 입에 쓰다지요. 이를 깨물고, 눈을 질끈 감으며 바지를 걷어 올려야 할 때가 있었습니다. 제 매에 대고 이러쿵저러쿵 말들이 많지만 어디 회초리가 부러지지 다리가 부러지기야 했겠습니까? 멍이 빠지고, 상처가 아문 것은 물론이고, 속내를 보게 하고 못된 행실을 바로잡기 위해 자기를 꺾어 내어준 것은 창신교회 밖에 없습니다.

 

모태신앙이지만 제 기억에서는 초등학교 5학년부터 다녀 올 해까지 스무 해를 창신교회에서 자랐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나쁜 기억은 사라지고, 좋은 추억만 남는다고 합니다. 그간 서로 상처준 일이 어찌 없겠으며, 미움을 사고 판적이 어찌 없겠습니까? 그러나 스물 세 해 동안 나를 키운 건 팔 할이 바람이다라는 어느 시인의 말을 빌리자면, ‘스무 해 동안 저를 키운 건 팔 할이 존재입니다창신교회가 있어 주었기에 제가 어쭙잖게나마 사람구실 할 수 있게 되었고, 미우나 고우나 함께 해 주신 성도님들 덕분에 집 떠나 걸어볼 욕심을 내게 되었습니다. 스스로 배운 것, 스스로 익힌 것이 없습니다. 그래서 머리 숙여 용서를 구하고, 존재를 담아 감사를 드립니다.

 

저는 밤새 쏟아진 세찬 비와 광풍(狂風)이 그친 후에 햇살 좋은 아침의 찬 기운을 좋아합니다. 그 아침에만 만지고 볼 수 있는 생기가 도는 바람(希望)이 있기 때문입니다. 감정적인 소음이 메아리쳐도, 창신교회의 미래에 생명력이 있다고 확신합니다. 보잘 것 없는 한 인격을 참아주고, 예수를 알게 한 곳이기 때문입니다. 가만 보니, 참다운 바람(希望)은 세찬 비와 바람을 마주해본 사람에게 주어지는 선물이었습니다. 궂은 날을 견뎌내시길 기도합니다. 그리고 참다운 바람(希望)을 주는 성령의 바람(生氣)을 폐부 깊이 들이키시길 기도합니다.

 

일일이 인사드리지 못하는 죄송한 마음 이해해주시고, 모든 성도님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특별히 담임 목사님, 목사님 덕분에 예수를 아는 은혜를 얻었습니다. 저를 위해 기도해 주신 사랑하는 형제·자매님들 여러분의 기도로 제 영혼이 힘을 얻었습니다. 포기하지 않고 걸어올 수 있던 것은 기도덕분입니다. 동고동락하며 이런저런 살림을 함께 해 온 청년들 눈물 나게 사랑합니다. 저는 외로운 사람이었는데, 여러분이 삶의 이유가 되어 주었습니다. 그리고 두 해도 다 마치지 못하고 두고 가는 고등부, 제가 여러분의 선생님이 아니라 여러분이 제게 선생님이었습니다. 여러분에게 복음을 배웠습니다. 감사합니다. 창신교회에서의 스무 해를 좋은 추억으로 영혼에 담아 하나님께 영광 돌립니다. 창신교회는 성령이 일하시는 교회입니다. 제가 그 일에 증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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