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겨운 가능성 :: 한, 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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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인승

한, 정훈 2013. 9. 21. 19:08

역시 깁니다. 그러나 마음을 정리하고 쓴 글!!

1.
나는 유치원 차량운행을 한다. 매일 한다. 버스 면허도 땄다. 25인승 운전도 한다(그림 참조). 나는 이제 좀 운전을 잘한다. 무릎이 좀 아프지만... 어쨌든 아픈 무릎이야기나, 사역자가 왜 운전을 이렇게 많이 해야 하는지 이야기를 하려는 게 아니고, 차량 운행하면서 교육과 영적 성장에 관한 살아 있는 통찰을 얻을 때가 많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도법 스님이 이 시대에는 자모보다는 엄부가 필요하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나름 옳다고 생각했는데 차량 운행 중에 이런저런 일상을 귀동냥하면서 이 말을 좀 더 확신하게 되었다. 8개월 정도 차량 운행하면서 느낀 점은 요새 아이에게는 자모보다 엄부가 필요하다는 사실이다. 아이가 보채는 걸 다 들어주기 시작하면 아이를 교육할 수가 없다. 아이는 자신에게 도움이 안 되는 것들을 요구할 때가 많기 때문이다. 그리고 인간의 본성이란 게 그리 믿을만한 게 못돼서 그런지 아이가 사람에 따라, 반응에 따라 적응을 한다. 울면 된다는 걸 익힌 아이도 있고, 떼쓰면 된다는 걸 경험으로 습득한 아이도 있다.

내가 자주 쭈뼛거리고, 해야 할 때를 놓치고, 엉거주춤한다는 걸 아시고, 청년 때 한 목사님이 나에게 이ㅇㅇ 청년(실명은 거론하지 않지만, 군인이며 제가 아주 좋아하는 노총각입니다.)처럼 추태(원래 단어는 진상이었음! 좋지 않은 말이니 바꿈) 떠는 걸 좀 배워야 한다고 충고하셨다. 그때는 그 말이 뭔지 몰랐는데 지금 생각하니 약간 이해가 된다. 나는 짧게나마 시민단체에 있으면서 삶을 적극적으로 사는 법을 익혔다. 예전에는 중국집에 주문전화를 거는 게 싫었고, 즉석음식점에서 주문하는 걸 정말 불편해했는데 이제는 항의 전화도 제법 잘하고, 어른들에게도 또박또박 바른말을 하기도 한다. 심지어는 물 건너간 돈을 투쟁해서 받아내기까지 했다. 내 실물 치수 브로마이드를 보낸 것도 아닌데 그런 기적이 일어났다.

약한 마음으로는 아이를 훈육할 수 없다. 서럽게 우는 아이, 욕망이 채워지지 않아 괴로워하는 아이, 떼쓰는 아이를 보는 건 굉장히 마음 아픈 일이기 때문이다. 불쌍해 보이면 끝이다. 그러면 마음이 약해지고, 바른길보다는 자신의 행동이 먹힌다는 경험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오늘 한 유치원 아이가 마음에 드는 물건을 훔치는 습관이 생겼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낮에 그 이야기를 듣고 저녁에 집에 데려다 주는데 언제 잘 못했느냐는 듯이, 언제 혼이 났느냐는 듯이 아주 밝고 명랑했다. 물론 그래서 아이겠지만, 마음이 무거웠다. 더 따끔하게, 더 정신이 번쩍 나도록 꾸짖었어야 하는 게 아닌지 씁쓸한 마음이었다.

요새 영적 침체기를 겪고 있다. 우울증이 아닌지 의심도 됐고, 그런데 장인 어른이 오랜 만에 전화를 하셔서 따끔한 충고를 하셨다. "피해의식 가지고 살면 안돼. 자기가 의인이라는 생각을 버리고 다른 모든 사람들이 나보다 더 나은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살아야돼. 앞으로는 절대로 피해의식 가지지 말고, 자기 스스로 옳다고 생각한 마음을 눈물로 회게해. 그래야 하나님의 종으로 살 수 있는거야."라고 하셨다. 내가 늘 빚진 마음 가지고 살자 말했으면서도 말과 삶이 분리 된 걸 알아차리지 못하고, 내가 다른 사람보다 훨씬 더 하나님 앞에 좋은 사람인 것 같은 착각에 빠졌었다. 교만이다.

2.
저는 흠이 많은 사람인데, 언제라도 오늘을 무너뜨릴 어제가 얼룩처럼 남아 있는 사람인데 그걸 잊고 살았습니다. 남을 비판하지 말고, 스스로를 비판했다면 정말 남을 위해 사는 것이 무엇인지, 하나님을 위해 사는 것이 무엇인지 알았을텐데 언죽번죽 말이 많았습니다. 제가 나름 잘 하는 게 한 가지 있는데, 고빗사위에는 질문한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그때 듣는 쓴소리는 꾹 참고 삼킵니다. 이번에도 그렇게 했으면 좋겠습니다.

아, 그리고 뜻밖에 요 며칠 이런 동영상만 보게 된 것도 영향이 큽니다.

▶ 학교의 눈물 판사 : http://www.youtube.com/watch?v=aBYSIoCh_4Q
▶ 김성근 감독 펑고 : http://www.youtube.com/watch?v=S0hhipkiOJQ

   (일본어 자신 없는 분은 3:10 - 4:40만 보셔도 좋습니다.)

암튼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하니, 약한 맘은 싹 가져다 내버리고, 검질긴 마음을 품어보겠습니다. 저를 위해 기도한 분이 있다면 고맙습니다. 제가 앞으로 페이스북에 아쉬운 소리 하는 걸 보거든 메시지로 욕을 써보내고, 페친을 끊어 주세요!! 자, 이제 힐링의 시대를 보내고, 힐러의 시대로 나아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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