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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는 정신의 청춘

한, 정훈 2014. 4. 11. 13:12
1.
 청춘의 마음은 미친 듯이 날뛰며 쓸 만한 게 없나 찾아다녔고 공원의 다람쥐라도 된 듯 먹을 수 있는 거라면 뭐든 삼켰다. 먹은 것은 다 흡수해서 양분으로 삼았다. 생각하는 정신이 일단 항해를 시작하자 때로 폭풍이 몰아치는 바다가 끝없이 펼쳐졌다. 배가 흔들리고 파도에 얻어맞아 이리저리 휩쓸리고 요동치는 동안, 나는 별을 올려다보고 의문을 품었다.

린위탕 <이교도에서 기독교인으로> 32.

정신이 텅 빈 상태를 유지하기란 정말 어려웠다.

정신은 두 주인을 섬길 수 없는 법. 나는 영어와 사랑에 빠졌다.

나의 이런 상태는 대학 이후 교육의 일부가 되어야 할 탈학습의 과정과 긴밀한 관련이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학교와 대학에서 배운 내용 중에서 버릴 것은 버리면서 성장과 성숙을 이어간다. 나의 경우에 이 탈학습의 과정은 욕설을 내뱉으며 중국에 대한 공부를 다시 하는 것과 더불어 기독교 신앙을 내던지는 것이었다.
한편 나는 스스로의 선택에로 세인트존스 대학 신학부에 등록해 신학 공부를 하고 있었다. 여기서 나는 첫 번째 폭풍에 시달렸다. 성경주해는 내게 맞지 않았다. 나는 위대한 사상과 개념을 좇고 있었다. (...) 온갖 신학적 말장난은 내 지성에 대한 모독이었다. 지적 정직성을 유지하면서 신학 공부를 끝까지 마칠 수가 없었다. 나는 흥미를 모두 잃었고, (...) 나는 신학부를 그만두었다.

린위탕 <이교도에서 기독교인으로> 34-5.

2.
며칠 전 동료에게 나는 "자유주의자"에 가깝다고 말했다. 아니, 자유주의자 같다고 말했다. 아니! 자유주의자라고 말했다. 그런데 정확히 말하면 나는 자유주의자가 아니다. 왜냐하면, 자유주의가 뭔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냥 나는 자유가 소중한 걸 알(아가)고, 자유를 원하는 사람이지, 내 정신이나 몸을 자유주의란 테두리 안에 넣는 게 목적이 아니다. 물론 이런 생각은 한다. 언젠가 "이것도 저것도 아니다" 이런 말 말고, 희생을 각오하고 "나는 이것이다" 아니면 "나는 저것이다"라고 딱 부러지게 말해야 할 때가 있을 거다.

어쨌든 위에 옮겨 적은 부분을 읽으면서 마음이 들떴다. 내 청춘의 마음도 미친 듯이 날뛰었고, 공원의 다람쥐라도 된 듯 뭐든 집어 먹었다. 나희덕 시인의 <취한 새들>이 급하게 떠올랐다. 집에 달려가서 "말들이 돌아오는 시간"을 가져왔다.

청포도주 얼룩과 토사물들이
키와 갈고리에서 흩어지며 날 씼었다네
---아르튀르 랭보, <취한 배>

랭보의 시를 인용하면서 시작한 <취한 새들>은 이렇게 마친다.

물에 취한 배도 있으니
포도주의 얼룩으로만 씻기는 몸도 있으니

자유주의니 자유주의자니 이런 말을 하면 펄쩍 뛸 사람들이 넘쳐나는 곳에서 나고 자랐다. 지금도 그렇다. 그래서 함부로 무슨 생각을 못 했다. 나는 예수와 하나님을 생명으로 만났는데, 교회는 커다란 짐이 됐다. 나는 다원주의에도 관심이 많다. 나는 인본주의, 인문학에도 관심이 많다. 나는 휴머니즘이 뭔지 알고 싶고, 나는 예수로 자유로워지고 싶다. 자신도 자유롭게 못 하면서 남을 자유롭게 할 수는 없다.

내 청춘의 마음이 미친 듯이 날뛰고, 아무거나 삼키면서 비틀거리던 시절을 이제 막 뒤돌아 보게 됐다. 지나온 기분이 든다. 나는 비틀거림에 취했었고, 그때 묻은 비틀거림의 얼룩으로 나를 씻었다.

내가 정말 되고 싶은 것은, 이것도 저것도 아니고, 기독교인이다. 나는 기독교인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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