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겨운 가능성 :: 한, 정훈

첫 번째, 봄 편지 본문

시로 쓴 편지

첫 번째, 봄 편지

한, 정훈 2014. 4. 1. 14:11

봄 편지 전합니다.

문을 뜯고 네가 살던 집에 들어갔다
문을 열어줄 네가 없기에

네 삶의 비밀번호는 무엇이었을까

나희덕 시인의 <다시, 다시는> 중에서

누군가 우리 집 문을, 내 삶을 두드리는 까닭은 그 안에 문을 열어줄 내가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낯선 방문에 마음을 꽁꽁 닫아걸어야 하는 시절을 살고 있다는 사실이 우리를 우울하게 합니다.
마음의 빗장을 풀고, 내 삶을 두드리는 이에게 나를 활짝 열어준 것이 언제인지.

봄비가 땅을 두드립니다.
땅을 두드린 빗방울 소리를 듣고, 생명은 망설임 없이 문을 엽니다.
이제 곧, 연두색 이파리가 문밖으로 고개를 내밀겠지요.

"비밀번호 없이 사는 사람은 얼마나 행복할까?" 이런 생각을 합니다.
마음의 긴장을 풀고, 삶을 두드리는 생명의 기척에 움츠린 마음을 화알짝 열어보시길 바랍니다.




'시로 쓴 편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첫 번째, 여름 편지  (0) 2014.06.13
두 번째, 봄 편지  (0) 2014.04.04
작아도 희망은 희망이다  (0) 2013.10.20
다섯 번째, 가을 편지  (0) 2013.10.16
세 번째, 가을 편지  (0) 2013.09.26
댓글 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