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겨운 가능성 :: 한, 정훈

흠이 많더라도 솔직한 글을 쓸 때가 좋다.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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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이 많더라도 솔직한 글을 쓸 때가 좋다.

한, 정훈 2012. 3. 4. 22:26

밤새 세찬 비가 울부짖듯이 주룩주룩 내리고 난 후 맑게 갠 아침이 좋다. 밤에는 두렵고 외롭다가 그 아침이면 맑게 갠 날씨처럼 모든 게 사랑이다. 그 아침이 좋다고 세찬 비를 오게 할 수는 없다. 그러기도 싫다. 그저 이불을 푹 뒤집어쓰고, 그 아침이 올 거라는 작은 바람이 비바람에 꺼지지 않게 붙드는 것 밖에 할 게 없다.

나는 초월보다 포월이 좋고, 주류보다 비주류가 좋고, 연설가보다 시인이 좋다. 선동보다 감동이 좋다. 근데 언죽번죽 고개 쳐들고 살다보니까 포월이 초월이고, 비주류가 주류고, 시인이 가장 우렁찬 연설가이고, 감동이 가장 치열한 선동 아닌가 싶다

시골 길 걷던 한 어르신이 술에 취해 비틀비틀 걸으며 많은 사람의 사랑 받고 있음을 깨달았다는 이야기가 생각난다. 예수는 천국복음을 외치기 전에 무슨 생각을 했을까? 요한이 발 담근 강물에 몸을 숙이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왜 세례자 요한을 넘어야 한다고 결정 했을까?

왜 내가 하나님을 만났을까? 왜 어지러운 세상에 나 같이 약한 사람이 그 은혜를... 그 사랑을 알게 됐을까? 왜 예수가 길인 걸 알게 하셨을까? 왜 다르게 살지 않고는 견딜 수 없게 하셨을까? 왜 때마다 사람을 선물로 주실까? 왜 흠 많은 내게 용서를 겪게 하셨을까?

, 예수가 참 좋다. 그 길이 참 좋다. 그 마음, 그 몸짓, 그 음성이 참 좋다. 바람이 아무리 거세도, 비가 아무리 세차도 이상하게 꺼지지 않는 그 불이 참 좋다. 거기 길이 있다. 불꽃 속에서 호통 치는 그 음성이 싫지 않다. 여리디여린 연두색 잎사귀가 세찬 비를, 거친 바람을 다 맞고 마침내 비가 그친 그 아침 되면 뭐가 될까? 상쾌한 아침 바람 머금은 그 아침 뭐가 피어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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