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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적인 너무도 종교적인

침묵

한, 정훈 2013. 4. 16. 16:47

어떤 사람 집에 없던 꽃화분이 하나 들어왔다. 이웃집 사람이 선물한 화분이고, 아직 싹이 돋아나지 않았다. 선물한 이웃집 사람은 곧 싹이 올라올 거라고만 귀띔해 주었다.

선물 받은 사람은 아직 싹이 올라오지 않은 화분을 보고, 이런 저런 상상을 한다. 향기가 좋았으면, 꽃은 이런 모양이었으면, 줄기는 이랬으면 저랬으면 나름대로 새 화분에 기대를 품는다. 선물 받은 사람은 화분만 봐도 기분이 좋다.

그러다 막상 자기의 기대와는 다른 싹이 올라오고, 상상과는 다른 향기가 나고, 바램과는 다른꽃을 피우는 걸 보고 섭섭한 마음이 들었다. 선물 받은 사람은 그 꽃이 싫어졌다.

꽃은 생각한다. '이 사람은 내가 어떻게 생겼는지에는 관심이 없고, 자신의 생각만 중요하구나' 그러나 선물 받은 사람은 꽃의 마음을 모른다. 아니, 알려고도 하지 않는다. 

시간이 점점 지날수록 꽃은 말수가 줄어든다. 설명 한다고 될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진출처 : http://hyukzak.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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