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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쓴 편지

또 한 번

한, 정훈 2013. 4. 25. 13:21

<또 한 번>   한정훈

밤새 내린 채찍비 그치고 맑게 갠 아침이 좋다
찌뿌드드한 이상이
꿉꿉한 현실이
녹초가 된 대지 위 움츠러든 어깨 위에서 힘찬 햇발로 기지개를 편다

무뚝뚝한 겨울이 그치고 곱게 핀 새잎이 좋다
지긋지긋한 어제와
흐릿한 내일이
무뚝뚝한 줄기 위 잔가지 끝에서 앳된 연두색 이파리로 피어난다

어떻게 생명은 거절 당하면서
거칠어지지 않는지
어떻게 생명은 무관심 속에서
묵묵히 자기 길을 가는지

나도
또 한 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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