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겨운 가능성 :: 한, 정훈
네 번째, 가을 편지 본문
늙어가는 모든 존재는 비가 샌다
비가 새는 모든 늙은 존재들이
새 지붕을 얹듯 사랑을 꿈꾼다
누구나 잘 안다 이렇게 된 것은
이렇게 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심보선 시인의 <슬픔이 없는 십오 초>라는 시 중에 제가 좋아하는 구절을 적었습니다.
알게 모르게 뚫린 틈 사이로 비가 샙니다. 바닥에 양동이를 받쳐 놓기도 하고, 떨어진 물을 훔치기도 하지만 비가 새는 지붕 아래 사는 사람은 늘 새 지붕을 꿈꿉니다.
그러나 시인의 말마따나 우리가 정말 꿈꾸는 것은 사랑입니다. 굳이 새 지붕을 올리지 않더라도 사랑을 꿈꾸는 사람들에게는 구멍이 숭숭 난 지붕도 때로 은총이 됩니다. 깨진 틈 사이로 비만 새는 게 아니라 빛줄기도 새어 들어오기 때문입니다.
오늘 아침 햇발에 눈이 부십니다. 삶의 깨진 틈 사이로 들어온 빛은 양동이가 아니라 마음 그릇으로 담습니다. 걸레로 훔치지 않고 눈물로 훔칩니다. 부디, 눈부신 날 되시길...
우리는 주님의 빛을 받아 환히 열린 미래를 봅니다(시 36:9, 새번역).
한정훈 전도사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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