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겨운 가능성 :: 한, 정훈

멀쩡한 사람 본문

종교적인 너무도 종교적인

멀쩡한 사람

한, 정훈 2013. 9. 21. 19:07

읽어야 하는 <그리스인 조르바>는 읽지 않고, 이 책 저 책 손이 가는 대로 읽고 있다. <언더그라운드 교회>에 토마스 머튼이 인용됐다.

만일에 모든 나치들이 정신병 환자들이었다면 그들의 끔찍한 잔인성은 어떤 점에서 좀 더 이해하기 쉬웠을 것이다. 이처럼 침착하고 "균형을 잘 유지하여" 마음의 동요를 일으키지 않는 장교가 대량 학살을 감독하는 행정업무를 책상에 앉아서 양심적으로 수행했다는 것을 생각하는 것은 훨씬 더 끔찍하다. 그는 기민하여 질서정연했지만 상상력은 없었다. 그는 체제와 법과 질서에 대해 마음 깊이 존중했다. 그는 거대한 국가의 순종적이며 충성스럽고 신실한 장교였다. 그는 자신의 정부를 위해 매우 훌륭하게 복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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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미친 세상에서 착한 척하며 사는 것은 어쩌면 어떤 이의 말대로 날을 세운 사람들을 총알받이로 내몰고, 멀찌감치 떨어져서 손에 피를 묻히지 않으려는 비겁한 태도인지도 모르겠다.

토마스 머튼은 가장 위험한 사람은 "멀쩡한 정신을 가진 사람"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이 미친 세상과 왜곡된 체제 안에서 안정감을 누리는 것 자체가 가장 위험한 멀쩡한 사람이 됐다는 증거인지도 모르겠다.

이 미친 세상이 너무도 불편하고, 잘 살고 있는지 날마다 고민이 돼야 정상이다!! 분노에 사로잡히지 않는 것은 내 인생이 추구하는 최고의 경지이지만, 착한 척 하는 것과 분노에 사로잡히지 않는 것은 같은 태도가 아니다.

사랑에 사로잡혀서 이 미친 세상에서 미친 척 좀 해야겠다. 날을 세워야겠다. 자, 이제 지옥 같은 시간 속에 유영하는 법을 익히고, 이 세상을 사랑해서 날 선 사람들과 함께 우선자들의 잔칫상을 엎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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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 스캇 펙의 <이젠, 죽을 수 있게 해줘>도 매우 중요한 주제를 다루고, 흥미로운 통찰을 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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